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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에서 빵이 더 빨리 마르는 이유

by k노우 2025. 11. 19.

오늘은 사소하지맘 흥미로운 주제 냉장고 안에서 빵이 더 빨리 마르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냉장고 안에서 빵이 더 빨리 마르는 이유
냉장고 안에서 빵이 더 빨리 마르는 이유


차가운데 왜 수분은 더 빠르게 사라질까?

우리는 보통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싶을 때 냉장고로 향합니다. 채소, 과일, 음료, 반찬… 거의 모든 것을 냉장고에 넣으면 더 오래 신선해진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그런데 딱 하나, 우리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빵입니다.
갓 산 식빵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하루 뒤 꺼냈을 때 유난히 퍽퍽해지고 딱딱해져 있는 경험을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분명히 차가운 곳인데 왜 더 빨리 마르고 질겨질까요?

이 글에서는 ‘냉장고 속에서 빵이 마르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하지만 일상 언어로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재미있는 물리·화학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냉장고 속 차가운 공기: ‘물기를 빼앗아가는 공기’의 정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차가운 공기가 수분을 ‘보존’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냉장고 속 공기는 오히려 음식의 수분을 빼앗아가는 데 매우 능숙한 환경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첫 번째 이유: 냉장고는 낮은 습도를 유지한다

냉장고는 내부의 공기를 계속 회전시키며, 차가운 증발기 표면에서 공기 중의 수증기를 응결시켜 제거합니다.
즉, 냉장고는 습기를 빼앗아가는 장치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냉장고 안이 너무 건조해서 채소가 금방 시들어요”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특성 때문입니다.

빵은 30~4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이 건조한 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내부 공기는 더 빠르게 순환하고 바뀌고, 그 과정에서 빵 겉면의 수분이 끌려 나가며 표면이 급격히 말라갑니다.

● 두 번째 이유: 차가운 공기는 상대 습도가 낮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기의 “절대적인 수분 보유량”은 차가울수록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25℃ 공기 1㎥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은 약 23g

4℃ 공기 1㎥는 겨우 약 5g 정도

즉, 냉장고 온도인 3~5℃의 공기는 물을 거의 담아두지 못하는 공기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냉장고 안에서 조금이라도 수분이 증발하면 그 적은 수증기를 공기가 바로 빨아들여 빠르게 건조 상태가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냉장고는 “찬 공기 = 습기 유지”가 아니라 “찬 공기 = 수분을 더 적극적으로 빼앗는 환경”이 됩니다. 빵이 냉장고에 들어가자마자 뻣뻣해지는 데에는 이미 이 기본 구조가 깔려 있는 것이죠.

 

빵의 ‘노화(Staling)’ 과정: 단순히 마르는 것 이상

냉장고 안에서 빵이 빨리 “마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정확한 과학적 표현은 “빵이 노화된다(빵의 노화 = Staling)”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히 수분이 날아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 빵 속 전분이 다시 굳어가는 과정

빵은 구울 때 전분이 젤라틴화되며 부드럽고 쫄깃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전분은 다시 결정화되며 딱딱해지는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을 전분의 재결정화(Retrogradation)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분의 재결정화 속도는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 전분은 냉장고 온도(0~5℃)에서 가장 빠르게 재결정화됩니다!

그래서 냉장고는 빵을 ‘말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분이 굳어지는 속도까지 가속하는 최악의 환경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빵을 상온(20℃)에 두면 2~3일이 지나야 딱딱해지는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만

냉장(3~5℃)에서는 단 하루 만에 노화가 훨씬 빨리 진행됩니다.

● 냉장 보관 시 나타나는 빵의 특징

냉장고에 넣은 빵이

겉은 건조하고

속은 쫀득함이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퍽퍽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수분 감소 + 전분 재결정화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마르는 것’과 ‘노화’는 별개의 문제지만, 냉장고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속시켜 버리는 환경입니다.

 

냉장 보관을 하면 안 되는 음식 1위: 바로 빵

이제 과학적 원리를 이해했으니 결론은 명확합니다.
냉장고는 빵 보관에 있어 최악의 선택지입니다.

● 그렇다면 가장 좋은 빵 보관법은?
① 단기간(1~2일) 보관 → 상온이 최적

상온에서는 전분 재결정화 속도가 느리고, 습도도 냉장고보다 높아 빵이 자연스럽게 촉촉함을 유지합니다.
단,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봉투 + 비닐 조합

밀폐용기
를 쓰면 훨씬 오래 부드럽게 유지됩니다.

② 장기간(3일 이상) 보관 → 냉동이 정답

냉동은 전분의 재결정화를 거의 멈추게 하고, 수분 손실도 적습니다.
냉동 시 가장 좋은 방법은

얇게 슬라이스

밀폐 포장

먹을 때 바로 토스트

이렇게 하면 해동 상태에서도 거의 갓 구운 식감이 살아납니다.

● 왜 냉동은 되고 냉장은 안 될까?

전분의 재결정화 속도가

0~5℃에서 가장 빠르고

-18℃ 이하에서 거의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차갑게 보관한다”는 동일한 행위라도,
냉장고는 빵을 늙게 만들고
냉동고는 빵을 젊게 보존합니다.

빵에게 냉장고는 노화 촉진기,
냉동고는 시간 정지 장치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마무리: 사소한 질문이 알려주는 음식의 과학

냉장고 안에서 빵이 더 빨리 마르는 이유는 단순히 "건조해서"만은 아닙니다.
냉장고는

@ 낮은 습도

@ 빠른 내부 공기 순환

@ 차가운 공기의 낮은 수분 포용력

@ 전분 재결정화 촉진

이 네 가지를 동시에 갖춘, 빵에게는 악조건만 모아둔 환경입니다.

다음에 빵을 어디에 보관할지 고민할 때,
그냥 "냉장고가 시원하니 좋겠지?"라는 생각 대신
오늘 알게 된 작은 과학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과 현상 속에는
이처럼 조금은 쓸모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다르게 보는 지식들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