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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잠버릇이 있다

by k노우 2025. 11. 26.

오늘은 흥미로운 식물의 잠버릇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식물도 잠버릇이 있다
식물도 잠버릇이 있다

식물도 잠버릇이 있다?

밤이 되면 ‘잠드는 식물’의 놀라운 리듬 과학

 

 

식물이 ‘잠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잎을 접거나 축 늘어뜨리는 식물은 마치 잠자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기면운동(睡眠運動, nyctinasty)’이라고 부르며, 수세기 전부터 자연 관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온 대표적인 식물 행동 중 하나다.

잠자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식물이 인간처럼 뇌를 쉬게 하거나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이 움직임은 식물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잎을 열고 닫는 반복적인 패턴은 식물 고유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반영하는 행동이다. 즉, 식물도 낮에는 활발히 활동하고 밤에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생활 패턴을 조절하는 셈이다.

기면운동은 빛에만 반응하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일정한 규칙을 유지한다. 이는 식물이 외부 자극 없이도 내부 생체 시계를 통해 시간을 느끼고, 그에 맞춰 움직임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빛을 24시간 동안 차단해도 몇몇 식물은 잎을 접고 펴는 리듬을 일정하게 반복한다. 식물이 “시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밤이 되면 잎을 접는 이유: 단순한 습관이 아닌 생존 전략

그렇다면 식물은 왜 굳이 밤에 잎을 접거나 아래로 떨어뜨릴까? 이는 몇 가지 중요한 생존 전략과 관련이 있다.

● 1)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어

식물의 잎 표면에는 기공(stomata)이라는 작은 구멍이 있다. 기공은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들여오고 산소를 내보내지만, 동시에 수분이 증발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 하므로 잎을 활짝 펴두는 것이 유리하지만 밤에는 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때 잎을 접으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잎 표면이 겹치거나 아래를 향해 기울어지면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잎을 접는 행동은 단순한 "잠버릇"이 아니라 밤 동안 몸을 보호하는 체온 조절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열대 지역 식물처럼 기온 변화가 큰 환경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 2) 야간 냉해(冷害)로부터 보호

밤에는 온도가 떨어지며, 잎 표면에 이슬이 맺히거나 차가운 공기와 직접 접촉하게 되면 조직 손상 위험이 커진다. 잎을 접거나 아래로 축 늘어뜨리면 찬 공기와 직접 맞닿는 면적이 줄어들어 냉해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버드나무나 콩과 식물에서 이런 특징적인 행동이 두드러진다.

● 3)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일부 연구에서는 잎을 접는 행동이 포식성 곤충이나 초식 동물에 대한 방어 효과를 가진다는 주장도 있다. 잎이 활짝 펼쳐져 있을 때보다 접혀 있을 때 식물의 실루엣이 작아져 관찰자나 곤충에게 눈에 띄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잎을 접으면 잎 표면의 연약한 부분이 숨겨져 외부 자극에 덜 노출된다.

● 4) 외부 자극이 아닌 내부 신호, 호르몬의 힘

식물이 밤에 잎을 접는 행동은 단순한 빛 반응이 아니라 내부의 옥신(auxin), 시토키닌, 에틸렌 등 다양한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다. 특히 펄비날 조직(pulvinus)이라고 불리는 잎자루의 특수 조직이 이 움직임의 핵심이다.

펄비날 조직 내부에서는 칼륨 이온과 수분의 이동으로 인한 세포 팽압(turgor pressure)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잎의 각도를 조절하는 힘이다. 즉, 식물의 ‘잠버릇’은 식물 호르몬이 전하는 야간 신호에 따라 세포들이 부풀고 수축하며 만들어내는 정교한 움직임이다.

 

잠드는 식물의 실제 사례와 우리의 관찰 팁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도 밤이 되면 아주 다양한 잠버릇을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을 뿐, 식물의 하루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바쁘다.

● 1) 콩과 식물의 대표적인 기면운동

콩, 완두콩, 클로버 등 콩과 식물은 기면운동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낮에는 활짝 펴진 잎이 밤이 되면 조개껍데기처럼 오므라들며, 일부 식물은 잎자루의 각도까지 크게 바꾼다. 특히 클로버는 하트 모양 잎이 아래쪽으로 접히며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신기함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 2) 산세베리아, 몬스테라처럼 관엽식물도 ‘잠버릇’이 있다

관엽식물은 겉보기엔 정적이지만 많은 종류가 낮과 밤에 미세한 움직임을 보인다. 몬스테라 잎 끝이 밤에 미세하게 말리거나, 산세베리아 잎이 아주 조금 길이를 줄이는 현상도 모두 내부 리듬에 따른 변화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고해상도 타임랩스 카메라로 찍으면 움직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3) 마란타(기도식물): 가장 화려한 밤의 춤

마란타는 잎이 해가 지면 위로 모이며 마치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에 흔히 ‘기도식물(prayer plant)’이라 불린다. 이 식물은 낮에는 잎을 넓게 펴고, 밤에는 잎을 수직으로 세워 접는 매우 뚜렷한 기면운동을 한다. 조명을 끄고 1~2시간 동안 살펴보면 눈으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크다.

● 4) 집에서 식물의 ‘잠버릇’을 관찰하는 방법

식물의 기면운동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관찰 가능하다.

같은 각도에서 하루 동안 2~3회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의 타임랩스 기능을 사용해 6~12시간 기록한다

조명을 끄고 30분 정도 후 관찰해본다

잎 끝 모양, 잎자루의 각도 변화를 기록해본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식물이 하루 주기에 따라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가 아주 잘 드러난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정적인 존재라기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동물과 더 비슷한 생명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식물도 리듬 속에 살아가는 ‘시간의 생명체’

식물이 밤에 잎을 접거나 아래로 떨어뜨리는 행동은 단순한 특성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생존 전략이다. 낮과 밤의 반복적인 패턴을 세밀하게 읽어내고, 내부 호르몬 신호에 따라 몸을 조절하는 이 움직임은 생명이 가진 놀라운 섬세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식물을 가만히 서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만, 사실 식물은 늘 주변 환경을 읽고, 반응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인다. 그 움직임의 속도가 느릴 뿐이다.
식물의 ‘잠버릇’을 관찰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도 식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식물은 자연 속 또 하나의 고요한 생명 리듬을 가진 친구이기 때문이다.